알다가도모를경수 카디






"종인이는 언제 나오는 거지?"






운동장 스탠드에 오래 앉아있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 내가 얼마나 여기 있었지. 딱딱한 시멘트에 맨 엉덩이로 족히 1시간은 넘게 앉아있었으니 뼈도 아프고 살이 차갑기도 하다. 종인이 오면 잽싸게 일어나려고 매고 있던 가방도 지금은 꼭 끌어안고 있다. 지루해…. 지금이 몇 시 몇 분인지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경수는 허리를 약간 숙여 가방을 사이에 두고 상체와 허벅지를 붙였다. 약간 어둡다. 이젠 완전한 가을이라서 해 지는 시간은 꽤 빨라졌다. 6시 즈음 됐으려나? 종인이 공부 열심히 하네…. 야자도 하고 간다고 그러면 어떡하지.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경수가 살짝 당황했다. 학교가 끝나고, 종인은 꼭 도서관에서 한두 시간 정도 자습을 했다. 경수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애석하게도 빠듯한 과외 시간 때문에 매번 아쉬울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주말로 미루자는 과외 선생님의 문자를 받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드디어 종인이랑! 경수는 오로지 그 생각 뿐에 바보같이 기다리기로 했다.







"바보 같은 짓 했다고 놀리겠네…. 놀림 받는 거 싫은데..."


"싫으면 처음부터 그런 짓을 안 하면 돼."


"어!"







어!-는 뭐야 또. 입꼬리만 올려 웃은 종인이 경수의 머리를 꾹 누르며 옆에 앉았다. 경수는 다리를 흔들며 고개를 틀어 종인을 바라봤다. 안경 썼네? 종인은 아차, 싶어 얼른 손을 들었다. 하지만 제지하는경수의 손이 조금 더 빨랐다. 보기 좋은데 왜 벗어. 벗지 마-. 뭐가 보기 좋아 못생겼는데. 방싯방싯 웃는 얼굴에 종인은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잡는 대신 경수의 손을 잡았다.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어? 과외는 어쩌고?"


"응. 과외 선생님이 주말로 미루자고 그래서."


"왜?"


"말 안 해줬어. 공부 많이 했어?"


"어어. 너 얼마나 있었던 거야? 기다릴 거면 나한테 말을 해주던가. 아니면 도서관에 오지, 왜 여기에 있었어?"


"어..?"







굳이 여기에 앉아서 종인을 기다린 이유는 없었다. 정말,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를 했으면 얼굴도 계속 보고 좋았을 텐데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경수는 괜히 억울한 기분에 얼굴을 찌푸렸다. 종인은 그런 경수가 귀여워서 엄마 미소를 지었다. 똑똑한 척은 맨날 저 혼자 다 하더니 가끔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이마저도 경수의 매력 중 하나라고 치부해버리는 종인이었지만 어떨 때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하는 터라 종인은 진지하게 경수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경수야. 너 왜 그래? 왜, 막. 이상한 짓을 하고..'

'이상한 짓? 나 이상해?'

'그게 아니라-가끔 날 당황스럽게 만든다거나 평소 너답지 않은 행동을 하니까.'





아니야. 나는 어제도 오늘도 같은 도경순데? 기분도 똑같아. 그런데 너가 내 앞에 있거나 너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대담해지고 안 하던 짓 해보고 싶고 그러긴 하더라. 이상한 게 맞나? 경수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종인은 그 자리에서 경수를 끌어안아 버렸다. 별것도 아닌데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대로였다. 옛 생각에 잠겼다 빠져나온 종인은 아직도 불만을 표하고 있는 제 옆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조물댔다.









"에이씨..."


"나 배고파."


"..."


"너네 집 가자."


"..왜."


"배고프니까?"








배고픈데 왜 우리 집을 가야 해?  한쪽 볼을 완전히 내준 채 경수가 뾰로통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금방 종인의 손에 깍지를 꼈다. 뾰로통하게 대답한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뭐 먹고싶은데…. 음. 네가 해주는 거면 다 좋아. 그러면 밥에 김치만 준다? 어. 좋아. 밥을 네가 하니까. 오므라이스 해줄까? 응. 스파게티는? 그것도 좋아.








"하나만 좋다고 해. 나 사실 오므라이스랑 스파게티 둘 다 먹고 싶은데 못 골라서 너한테 물어보는 거란 말이야."


"그러면 나는 도경수 입술 먹을게."


"아. 뭐래."









진짠데? 종인이 얼굴을 가까이하고 눈웃음을 쳤다. 경수는 흡! 숨을 들이 마시고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폈다. 애들도 아직 있을 것이고, 선생님들도…. 귀엽다. 어쩜 이렇게 귀엽지? 종인은 낮게 킥킥 웃더니 경수의 뺨을 잡아 고정했다. 경수의 눈동자에 오롯이 자기만 담길 수 있도록. 경수의 깨끗하고 티 없이 까만 눈동자 속에 자신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는 걸 확인할 때면 심장이 아프게 뛴다. 경수도 같은 마음이기를 바라며, 종인이 엄지로 경수의 아랫입술을 쓸었다. 다소 거친 숨소리가 몇 번 오가고, 경수의 눈이 감기는 것을 확인한 종인은 고개를 틀어 입을 맞췄다. 처음엔 가볍게 입술만 꾹 누르다가 윗입술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어주고 혀로 간지럽히다가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경수의 입속은 항상 뜨거웠다. 구석구석 혀로 찔러보고, 핥아보고 해도 뜨거웠다. 깍지를 끼고있던 손이 움찔거린다. 종인은 움찔거림을 느끼며 좀 더 입술에 무게를 실었다. 경수의 몸이 살짝 뒤로 기울었고, 넘어지지 않게 종인이 뒷목을 잡아주었다.





'누가 보면 개망하는데! 그런데 좋다….'





멈추기 싫은 엄청난 딜레마에 빠진 경수가 어설프게 혀를 움직이다가 호흡곤란을 느끼고 고개를 틀었다. 파-하는 우스운 소리가 났고 학학거리는 소리도 났다. 종인은 붙잡은 뒷목을 한 번 주무르고 경수의 가방과 자신의 가방을 앞뒤로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배고파 진짜.







"너, 그래서 오므라이스야, 스파게티야?"


"네가 먹고 싶은 거."


"나 둘 다 먹고 싶,"







말을 멈추더니 수줍게 잡고 있던 손을 풀고 경수가 폴짝 종인의 앞에 섰다. 오늘은 이상한 짓을 많이 하네 경수가. 종인은 말없이 웃으며 경수의 행동을 지켜봤다.









"나도-,"


"김종인 입술 먹고 싶어."









쪽, 달큰한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춘 경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다시 종인의 옆에 섰다. 얼빠진 모습의 종인은 경수가 좋아하는 김종인 중 하나였다. 다시 손을 잡고 경수가 먼저 발을 움직이니, 종인도 마지못해 경수를 따라서 움직였다. 조금을 걷다가 종인이 비식비식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으하하,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경수가 평생 이유를 몰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당돌한, 이상한 짓을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종인은 생각했다. 집에 가서 실컷 먹게 해줄게, 경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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